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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챙기지도 챙겨주지도 맙시다

생일 D-1을 맞이하여 쓰는 이야기

1학년 말, 동아리 모임날과 부장이었던 동민이의 생일이 겹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뒤풀이에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고, 다같이 홍곱창에서 앉아 있다가 슬쩍 빠졌던 몇명이 케익을 가지고 깜짝 등장했다. 동민이는 어떻게 알았냐며 자기는 생일을 얘기하지도 않고 챙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대체 왜?!” 하면서 막 얘기했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인데 받을 수 있는 축하는 다 받아야지! 그 때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당황하면서도 기분 좋아하던 동민이의 모습이 선명한 1학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1학년 겨울방학이 되어 나는 대학 입학 후 첫 생일을 맞이했다. 그게 딱 1년 전인데 아직도 그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물론, 학창시절부터 겨울방학에 생일을 맞이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나눠 먹는 케익이나 교실에서의 생일 파티는 나에게 늘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SNS와 메신저 덕분에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우리는 생일에 대한 알림도 받고 축하 인사도 건넬 수 있지 않은가. 더이상 초등학생 때처럼 생일파티를 하지는 않았지만 12시 정각이 되길 기다렸다가 경쟁하듯 카톡을 보내고, 친구의 타임라인에 엽사를 도배하던 중고등학생 때의 추억이 짙게 남아 있었다. 때문에 나는 생일에 대한 설레임이 컸다. 

‘난 했는데 왜 안 해주지?’하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생일 축하는 당연히 기브앤테이크라는 생각을 전제한다. 그 생각이 틀렸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우리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생일을 잊은 듯 했다. 잊었는지, 알고도 지나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1학년 동안 생일을 축하해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축하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일을 챙겨줬던 사람이 선물은 커녕 축하인사 한마디도 없다니! 아니, 내가 기프티콘으로 쓴 돈만 얼만데?! 하는 생각도 들고. 기프티콘 보낼 사이는 아닌 것 같아 직접 선물을 골라 포장해서 전해 주거나 아니면 밥을 산 사람들까지. 그런데도 말 한 마디 없다니. 내 선물을 받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거울 속에는 생일을 맞아 행복해 하는 사람이 아닌 서운하고 계산적인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축하해주면서 축하받는 나를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물론 나는 내 생일날 축하해줄 사람을 한 명 더 늘릴 것을 생각하며 투자를 하는 개념으로 축하하는 그런 끔찍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난 했는데 왜 안 해주지?’하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생일 축하는 당연히 기브앤테이크라는 생각을 전제한다. 그 생각이 틀렸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나는 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생일인 것을 알았을 때 축하해주는 것이 common courtesy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우리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받는 타인에 대한 서운함 혹은 자신이 쿨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은 분명 유쾌하지 않다.

이것은 생일 선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사람이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서운함과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선물을 줘 놓고 받길 바라는 것은 웃기지 않는가? 순수하게 이 사람을 위해서 선물을 주고 그 순간에 좋았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누군가 말할 수도 있다. 정말 너무 좋아서 내가 아무 것도 못 받더라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당연히 나도 그런 사람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논함을 밝힌다.

또한 분명히 순수한 의도로 축하해주었다고 해도 인간의 심리란 것이 사람을 약간은 기대하게 만든다. 당시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주더라도 내 생일이 되면 ‘그 사람도 나를 챙겨 줄까?’하고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생각해 보자. 만약 이 친구가 내 생일을 챙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나는 축하를 할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 알고도 하지 않을 때. ‘그래도 하겠다’ 또는 ‘그러면 하지 않겠다’ 둘중 어떤 대답이라고 해도 전보다 내켜지지 않는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생일 선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사람이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서운함과 같은 맥락이다. 대학의 특성상 인간관계의 풀이 넓어지고, 다양한 그룹에 동시에 속하게 되고, 관계의 맺고 끊음이 보다 자유로워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4년간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이 상처받고, 고민하고, 배운다. 나도 그 과정의 일환을 겪은 것 같다.

꼭 이게 정답은 아닌 것 같은데, 이래야 내가 괜찮을 것 같아서. 이런 변화는 꼭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어린 왕자를 읽고 나서 어른이 되지 않겠다며 다짐하던 나를 철저히 배반한다.  

그래서, 내가 작년에 얻은 결론은 이렇게 서운함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 기대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왜, 연인 관계에서 아무리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계속 주고 받지 못하다 보면 연인에게 서운함을 느끼듯이 인간 심리상 기대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일도 챙기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그 많은 사람들을 챙기는 것도 무리였지. 올해는 작년과 인간관계에 대한 내 태도가 많이 다른데 이런 생각도 조금은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1학기 때 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환경이 불가피해진 것도 있고…

미국에서 친구들이 생일 파티를 열어 준 날, 포테이토 게임으로 손바닥이 빨개졌던 우리. 이 때 받았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생일, 챙기지도 챙김받지도 말자고 말하는 나. 꼭 이게 정답은 아닌 것 같은데, 이래야 내가 괜찮을 것 같아서. 이런 변화는 꼭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어린 왕자를 읽고 나서 어른이 되지 않겠다던 나의 다짐을 배반한다. 생일축하 겸 오랜만에 연락이 온 사람, 나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을 모습을 떠올리며 느끼는 벅찬 감동, 생일이기 때문에 전하는 오글거리지만 따뜻한 속마음까지 사실 나는 생일이라는 아이디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속상한 면도 없잖아 있다. 작년 생일에 한 다짐 후 처음 맞는 생일인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다. 작년 생일 때는 없었는데 카톡 ‘오늘 생일인 친구’ 기능이 그새 생겼다. 카톡친구들이 ‘오늘 생일이었구나’ 하며 연락할까 아니면 깜짝 놀라며 ‘어 뭐야 얘 아직도 카톡친구였네’할까?

이 모든 것과 별개로, 나는 내 생일이 마음에 든다. 연결되는 숫자인 2-3인 것도 좋고, 둘다 한자릿수인 것도 좋다. 소리내어 말해봐도 예쁘다. 이월 삼일. 어쨌든, 내일은 이월 삼일이다.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아 정리해보는 에세이 3줄 요약~

1. 작년 생일 때 내가 생일을 챙겨준 여럿 사람한테 생일축하를 못받자 서운함을 느꼈음. 하지만 애초에 축하할 때 기브앤테이크를 기대하며 내가 계산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됨

2. 선물을 주었기 때문에 받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걸 지키지 않는 다른 사람 때문에 느껴지는 서운함은 유쾌하지도 않을뿐더러 소모적임

3.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생일을 챙기지 않았고 자연스레 챙김받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게 되었음. 나중에는 생각이 변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성장 과정이라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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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김소연 Recent comment auth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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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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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소희언니는 생일날 아무에게도 축하를 받지못했고 , 그걸 대비해 쓴 이 글로 위안을 받았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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