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나의 평화로운 방학 생활

2월 1일의 일기

록 윌로우의 농장에서 도넛을 만들고 달걀을 꺼내오고 글을 쓰며 한가로운 여름 방학을 보냈던 주디 애벗처럼 김소희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평화로운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다. 1월에 망가뜨린 허리와 왼쪽 발 때문에 누구보다 열렬한 집순이가 되었다.

 

9:00 눈을 떴다. 엄마가 공터 어쩌구 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들었다. 씻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10:00 엄마가 한 말은 좋은 공터를 봐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타고 같이 갔다. 아주 넓은 주차장이었는데 운전석에 앉았던 엄마와 자리를 바꾸고 오랜만에 핸들을 잡았다. 첨으로 주차 연습도 해보고 무엇보다 운전의 즐거움을 조금 느꼈다.

12:00 내가 토마토소스를 싫어하는데도 이건 토마토와 다르다며 엄마가 로제 스파게티를 해줬는데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우는 언제나 옳다.

2:00 엄마가 과일가게에 갔다. 바니가 엄마 나간 현관문을 쳐다보더니 이내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데려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바니를 데리고 따라나갔는데 엘리베이터는 이미 내려간 후였다. 하지만 1층에 가니 저 멀리 엄마의 뒷모습이 보여서 바니가 엄청 빠르게 쫓아갔다. 과일 가게는 생각보다 멀었지만 엄마의 일상을 함께할 수 있었다.

3:00 우리는 이불에 누워 귤까먹으면서 바니를 가운데 두고 각자의 책을 읽었다. 나는 더 로드를 읽고 엄마는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넷플릭스를 보다가 낮잠을 잤다. 

5:00 끊기지 않고 귤껍질을 까서 바니에게 귤 모자를 선물해 줬다. 바니는 귤껍질만 보면 자기 머리에 씌우는 나에게 몹시 화가 났다. 

8:00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가 친구와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10:00 이렇게 아무런 의무 없이 사는 것도 참 편하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내일부터는 생산적으로 살아야지 다짐하며 하루가 저물었다.

Comments

댓글을 남겨보세요.

avatar
  실시간 알림 받기  
언제 알림을 드릴까요?

Loading…

0

Comments

0 comments

생일, 챙기지도 챙겨주지도 맙시다

선명한 어둠, <코맥 맥카시 - 더 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