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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안에 브리 라슨 있다

Let’s just behold this strong woman

브리 라슨을 처음 본 건 코미디 영화 <21 점프스트리트>였다. 라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에 본 영화였는데 <21 점프스트리트> 당시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고 고등학생 역할로 코믹한 연기를 하던 그녀를 보면서 어떻게 아카데미를 받는 배우가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더 룸>도 보게 되었고. 그런 그녀는 이제 캡틴 마블이 되었다.

21 점프스트리트에서의 브리 라슨

여자가 히어로물에 캐스팅되고 나면 팬들의 외모 스캔과 캐릭터 검증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때 캐릭터 검증은 원작과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배우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정당한 의견 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물론,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신인 배우의 사진만 놓고 뚜껑도 열기 전에 이것저것 코멘트하는 건 솔직히 피곤하지만 말이다). 사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여자 주인공으로 다코타 존슨보다 알렉시스 블레델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은 나 또한 지지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을 누구보다 강력한 팬임을 자처하는 탄탄한 매니아층(주로 남자)을 가진 판타지/히어로물에서는 이 검증이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원더우먼으로 캐스팅된 후 ‘가슴이 너무 작아서’ 욕을 먹었던 갤 가돗의 악몽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못생겼고 엉덩이가 볼품 없다’는 이유로 브리 라슨은 밉상이 되었다.

내 가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지미 키멜한테 물었던 가돗

그들은 ‘포스터에서 웃지 않아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의 감정 표현에 의문을 제기한다(브리 라슨이 남자 배우들의 포스터에 웃는 표정을 합성하며 멋지게 한방 먹이긴 했지만). 그녀가 ‘너무 건방지고 자신만만’한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여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했던 말을 하나하나 인용해 가며 ‘인성 논란’을 만들어 낸다. 만약 브리 라슨이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예전에 마약을 한 전적이 있다면 그녀는 지금 중세 마녀처럼 화형식을 거치고 있었을 거다(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사랑한다). 아니,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처럼 마약 소지 혐의만 가지고 있었어도 캐스팅을 무효로 만들었을 것 같다. 이쯤되면 그녀의 SNS 논란은 귀여운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외모 때문에 싫다는게 아니라, 그녀의 인성이 싫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좀 솔직해지자. 

스칼렛 요한슨이 Women’s March에서 열렬하게 연설한 것이 블랙 위도우로 자리매김한 후라서 다행이다. 아, 요한슨은 ‘섹시’해서 괜찮았을라나? 

Yet Larson wants to keep a bit of Captain Marvel with her: “I want to hold on to the cockiness and the sense of ownership,” she says. “Because I do believe in my abilities, and I do value myself, and I do know that I’m strong, and I do know that I can do a lot of things that people don’t think I can do.”

그러나 라슨은 캡틴 마블의 면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건방짐과 주인 의식을 놓지 않고 싶어요,” 그녀는 말한다. “왜냐면 저는 제 능력을 믿고, 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보다 제가 강하다는걸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제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죠.”

인스타일 3월 커버를 장식하면서 3일 전에 나온 화보 인터뷰, Brie Larson Is Ready to Kick Some Ass에서 라슨은 누가 보스인지 제대로 보여준다(Show’em who’s the boss!). 나는 라슨이 더 건방져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능력을 알고, 남들이 믿어주지 않는 가능성을 믿고, 더 크고, 더 당당하게 소리쳐야 한다. 물론 그녀는 이미 정말 멋지고 성공적이다. 26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내고(심지어 메릴 스트립도 30세에 첫 오스카를 탔는데!) 이제는 마블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가 아닌가.

She is Earth’s mightiest hero. Period. Not Earth’s mightiest female hero. – Marvel’s vice president of creative development, Stephen Wacker

그녀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입니다, 마침표.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여자 히어로가 아니라요. – 마블 크리에이티브 개발부 부회장, 스테판 워커

무엇보다, 씬을 1초도 보지 않은 상태로 평가하는 것은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가. 평가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지금 진행되는 수많은 인신공격과 조롱은 혐오를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슨의 다음 목표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다양한 직종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을 하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번 TimesUp 무브먼트에서도 소셜 임팩트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저 하나의 인터뷰만 읽어도 그녀가 얼마나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강한 자세로 커리어를 다져 왔는지가 보인다. 응원하고 싶은, 멋진 사람이다.

연기자의 본분은 연기지만 마블의 히어로가 된다는 것은 연기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아이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데드리프트와 신체훈련뿐 아니라 그녀는 멘탈 단련을 한다고 한다. 크리스 에반스가 준 조언은: 그 캐릭터가 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보듯이 바라보라. 그래서 그녀는 캡틴 마블에 대한 장난감을 보더라도, “오, 나네.”가 아니라 “오, 저거 참 특이하네.”하고 생각한다.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을 무시무시한 부담감을 지나고 나면 웃어 넘길 수 있도록, 이번 영화는 꼭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

+ 그나저나 나는 브리 라슨과 <더 오피스>의 제나 피셔가 정말, 정말 닮았다고 생각한다. Aren’t t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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